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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만원 짜리 쌍안경을 샀다

쌍안경을 오래전부터 하나 갖고 싶었다. 작고, 휴대하기 좋은 쌍안경. 새를 관찰할 수 있는 쌍안경. 

 

오늘 국방과학기술대제전이라는 곳에 갔다. 회사 업무로 간 것이었는데, 거기에서 내 예기치 않은 소비를 했다. 나는 무슨 생각으로 27만원 짜리 쌍안경을 산 걸까? 나는 1회 8만원 짜리 상담도, 10만원 짜리 PT 도 돈이 아까워서 줄이려고 했었다. 나의 월 예산은 60만원이다. 어떤 논리의 흐름으로 나는 27만원 지출을 정당화 하였을까? 

 

아마 쌍안경을 파는 사람들도 27만원이 나의 2주간의 예산이라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사실 다른 데에 딱히 돈을 쓰는 것도 아니지만, 27만원이면 내가 원하는 서핑을 하고 올 수 있었을 돈이다. 

 

와, 나는 정말 놀랐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impulsive purchase를 하게 된것일까?

 

충동구매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건 오랜만이다. 일단, 놀란 마음을 좀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난 지금 27만원을 도둑맞은 느낌이다. 내 스스로에게. 울고 싶다. 슬프다. 왜 나는 그런 결정을 내린 걸까? 

 

왜 샀어?

 

그냥 사고 싶었어. 군용이라는 것도 멋지고, 그리고 난 오늘 자동 초점 이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 그래서 난 그 물건이 특별하게 느껴졌어. 그게 그렇게 흔한 기술이란 건 몰랐지. 나는 어쨌든 처음 봤잖아! 

 

그럼 넌 처음 본 걸 좋아하는거로군?

 

맞아. 알고 있잖아. 난 처음 본 것에 환장하는거. 

 

그래, 정말 신났겠다. 많이 흥분했구나. 

 

맞아. 나는 그 깨끗하고 확대된 것을 보는 게 좋았어. 그리고 그 찰나- 친구가 내가 돈을 안 쓴 것에 대해서 불평한 게 기억났어. 그에게 이걸 선물해주면 되겠다, 생각했어. 

 

친구가 너를 비난한 게 마음에 걸렸었구나? 

 

응. 그 친구를 보고 싶지 않아. 마음이 너무 아파. 날 스쿠루지 영감으로 보는 것 같아. 

 

그게 아니라, 그 친구도 자기가 이용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게 싫은 거잖아.

 

그 친구를 이용하려고 한 건 사실이니까. 마치 경찰에 잡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그럼 그 친구를 보지 않을거야? 

 

그러고 싶어.

 

그럼 문제가 해결이 될까? 

 

그렇진 않겠지만...

 

그냥 오늘 일은 '날이 덥고 쳐져서 저지른 일'로 덮고 넘어가면 어때? 니 마음이 불편해보여. 

 

그래... 그러자.